2012. 06. 29 [한국일보] 서울 신청사 관련 기사가 올라왔습니다.
"대개 도시에서 큰 건물을 지을 때 그것을 '랜드마크'로 삼으려고 합니다. 세계 주요도시의 70%는 바닷가에 있고 주변에 보이는 것이 수평선뿐이어서 상징물이 필요하니까요. 하지만 서울은 상황이 다릅니다. 산을 끼고, 안고 있어 산 자체가 중요한 랜드마크거든요. 서울에서는 랜드마크보다 '랜드플레이스'가 중요합니다. 명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."
서울시 새 청사를 설계한 유걸(72) 아이아크 공동대표는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 시청 자체보다 그 앞 서울광장이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.
허물지 않고 남아 있는 옛 청사 일부를 새 시청이 마치 덮치기라도 하는 듯한 디자인은 '랜드플레이스'인 서울광장과 소통하려는 몸짓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. 그래서 그는 광장이 시청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새 시청 전면에 '그린월(수직정원)'을 만들었다. 새 시청 8, 9층의 시민라운지, 다목적홀 등은 광장이 건물 내부로까지 이어진 공간이다.
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, 그래도 서울 신청사와 주변 모습을 떠올리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. 시골로 전학 와 촌스러운 급우들 사이에 끼어 앉은 말끔하고 세련된, 하지만 콧대 높아 보이는 서울 학생 같은 이미지는 새 건물 일반이 주는 생경함일 수 있다. 그런데 아무리 봐도 옛 청사가 너무 초라해졌다. 사라져야 마땅한 천덕꾸러기 신세다. 시민들의 시각적인 불편함도 대부분 이런 부조화에서 오는 느낌일 듯하다.
유 대표는 "긍정이든, 부정이든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일단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좋게 받아들인다"며 "사람은 새 것에 대해서는 늘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갖게 마련"이라고 말했다. 이어 "새 청사는 형태 자체보다 서울광장과 관계를 갖도록 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옛 청사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래 의도"라고 덧붙였다.
그리고 "건축은 매 시기 그 시기가 가진 기술과 재료, 사회문화적인 컨텍스트가 만들어내는 것"이라며 "그래서 다 다른 것이고 그 다른 것이 모인 '이질성의 공존'이 좋은 것"이라고 설명했다. 옛 청사에 대해서는 "보존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둔 채로 새 청사를 지어 놓고 보니 더 풍성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"고 말했다.
서울시 신청사 건축은 오세훈 전 시장의 '디자인 서울' 정책의 일환이다. '디자인 서울'에 대해 그는 "몸을 건강하게 하기 보다 화장만 생각한 사업"이라며 비판적이다. "용산의 설계는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담하다. 주변에 기여하는 명소로 꾸밀 생각을 하기보다 세계 큰 도시에 가면 어디나 있는 하늘 높이 솟는 빌딩 짓느라고 자원을 쏟아 붓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." 광화문 광장 같은 경우도 말만 광장이지 사실상 '대로'라며, 조금이라도 이름에 걸 맞으려면 "지금이라도 그곳을 비워 두지 말고 나무든 뭐든 채워 넣어야 한다"고 말했다.
김범수기자 bskim@hk.co.kr